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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로그

<책 추천 / 리뷰> 행복의 기원

by notom 2020. 9. 15.

 

 

 

 

행복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다.

 

[notom 총평   ★★★]

정보의 유용성       :  ★★★

개인적인 영향력   :  ★★★

가독성과 재미       :  ★★★

이론의 독창성       :  ★★★

책 디자인               :  ★★


 시중에 출판된 무수한 '행복' 책들과는 분명히 다르다. 여타 많은 책의 주된 관심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가'라면 이 책은 '왜 인간은 행복이라는 경험을 할까? 또, 이 경험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역할은 무엇일까?'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나는 더 행복해질 수 있나요?”라고 묻는다면?
그럴지도 혹은 그 반대일지도. 그래도 한 번 용기를 내어 보겠는가? Come on.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목적으로써의 행복)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행복은 그저 유전자가 개체의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행동체계를 유도하기 위해 진화된 보상 system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인간에게 행복이 주어질 때는 언제일까? 저자는 두 가지로 규정한다.

  1.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2. 사회적인 관계를 맺을 때

 

 

 

 

 

 

 위의 행동을 더 많이 하면 할수록 생존 번식 유리하기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하도록 진화되어 왔고, 이 행동을 유도하는 장치로서 행복이라는 감정이 우리에게 주어졌다는 것이다. 원시시대로 돌아가 보면, 잘 먹는 것과 생존은 바로 직결된 문제였다. '당분'은 뛰어난 고열량의 에너지원이므로 '단 맛이 나는 음식'을 먹었을 때는 더 큰 행복을 느끼도록 유전자는 우리를 이끌었다. 또한, (섹스는 두말할 것 없이 번식에 직결된 문제라 차치하더라도) 사회적 관계를 얼마나 잘 맺고 있는가 역시도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지금도 물론 마찬가지이겠지만, 원시시대에 한 인간은 절대 혼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집단생활을 해야 했고, 사회적 동료들이 필수였다. 이 역시도 유전자가 인간이라는 개체가 사회적인 활동을 적극적이고 또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보상체계를 마련한 것이 바로 '행복'이라고 저자는 생각한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진화심리학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다. 유전자가 어떻게 그런 의식적인 고도의 사고를 할 수 있으며, 개체(인간)를 자신들의 의도대로 조종하고 진화시킨단 말인가! 이해할 수 없다!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진화라는 것은 그런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보자. 여기에 한 기린 집단이 있다. 이 집단은 나무 위에 있는 풀을 뜯어먹고 살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집단에게 돌연변이 유전자가 생겼고, 이 유전자를 가진 기린들은(그저 우연히) 다른 기린들보다도 목이 길었다(더 높이 있는 풀들도 잘 뜯어먹을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목이 긴 유전자를 가진 기린들은 생존에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었다. 더 많이 먹을 수 있었고, 또한 그 이유로 더 건강했기에 짝짓기도 더 많이 할 수 있었다. 반면, 이 집단안에서 목이 짧은 기린들은 충분히 먹을 수 없어 일찍 죽거나 짝짓기를 성공하지 못해 유전자를 남기지 못했다. 이 제로섬게임은 아주 자연스럽게 매우 긴 시간 동안 이루어진다. 이런 식으로 긴(정말 매우 긴) 시간이 지나면, 이 집단에는 목이 긴 기린(과 그 유전자)만이 남게 된다. 진화는 이런 식이다. 이 과정 중에 유전자가 어떠한 의식과 의도를 가지고, 기린의 목을 길게 만들어야겠어! 같은 건 없다.

 

 인간의 사회성도 마찬가지였다. 애초에는 다양한 개체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중에 사회성에만 주목해 보자.

   1. 사회적인 활동을 할 때 쾌감을 느끼는 유전자를 지닌 개체

   2. 사회적인 활동을 할 때도 그다지 쾌감이 나오지 않는 개체

 시간이 지날수록 1번 개체들이 더욱더 잘 생존했을 거고 번식에도 성공해서 유전자를 더욱 널리 퍼뜨렸을 것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고 현재 우리는 모두 1번 유전자를 지녔던 어떤 개체의 후손인 것이다. 2번 개체의 후손은 없거나 매우 드물다. 대부분 일찍 죽거나 번식에 실패했을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 다시 한번 저자의 생각을 되짚어보자. 저자는 행복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유전자가 개체의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행동체계를 유도하기 위해 진화된 보상 system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외적인 요소들(돈, 명예, 건강 등)은 왜 행복의 요소가 되지 않는지도 저자의 논리로 잘 설명해주고 있으니 책을 참고 바란다.

 

 그래서, 우리는 진화의 산물로써 행복이라는 감정을 얻었다. 그렇다면, 행복의 핵심을 한 장의 사진에 담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의 내용을 종합하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다음과 같은 장면일 것 같다.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모든 껍데기를 벗겨내면 행복은 결국 이러한 모습으로 요약된다. 행복과 불행은 이 장면이 가득한 인생 대 그렇지 않은 인생의 차이다. 한마디 덧붙인다면 "The rest are details." 나머지 것들은 주석일 뿐이다. -p.192

 나는 행복해지고 싶다. 이를 위해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밥 먹는 시간을 늘려보아야겠다. 여러분도 모두 행복해지길 바란다.

 

 

 

 

 

 

 

 

 

책에는 우리의 뇌가 우리를 속이는 것을 보여주는 여러 재미있는 실험 사례들을 소개해주고 있다. 이 중에 흥미로웠던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레몬 향을 맡으면 사람이 갑자기 청결에 신경을 쓰게 된다(Holland, Hendriks, & Arts, 2005). 세척제에 주로 레몬 향이 첨가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의식에서 이 둘(레몬향과 청결)은 연결된다. 두 사건이 연합되는 경우, 하나(레몬향)가 활성화되면 거기에 연결된 고리(청소)도 함께 활성화된다. 이 과정이 본인도 모르게 자동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문제다. 레몬차를 마시던 엄마가 갑자기 걸레를 찾는다고 하자. 왜 그러냐고 딸이 물으면 엄마는 의식 수준에 떠오르는 가장 그럴듯한 이유를 댄다. "저녁에 오시는 손님이 먼지 알레르기가 있으시대." 레몬 얘기는 절대 안 나온다. 숨기거나 거짓말하는 것이 아니다. 진짜 이유를 엄마도 모르기 때문이다. -p.21

사실 이런 식으로 우리의 뇌는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 우리에게 거짓말을 한다. 문제는 우리 자신도 그것이 거짓말인지 모른다. 어느 날, 소개팅을 끝내고 온 친구에게 물었다. "별로였어? 왜?", "나랑 코드가 잘 안 맞더라고..."or "그 사람 담배 피더라고" or "생활 패턴이 나랑 너무 안 맞아".  정말일까? 아니면, 그(녀)도 모르는 무의식 수준에서 이미 결정은 내려졌고 의식수준에서 떠오르는 이유를 대는 것일까. 확실한 건 친구는 거짓말쟁이가 아니다. 더 확실한 건 그(녀)의 뇌는 매우 뛰어난 거짓말계의 대가이시다.

 

 

 

 

 

 

 

 

수개월에 걸쳐 여대생들이 누구와 얼마나 자주 문자나 전화를 하는지 분석해봤다. 여대생들의 임식 확률이 높은 가임기와 그렇지 않은 기간의 통화 내역을 비교해 보니 딱 한 사람과의 통화 패던이 달라졌다. 바로 그녀들의 아버지였다. 아버지와 딸. 유구한 세월 동안 근친 관계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사이다. (중략). 가임기에 가까워지면 아버지를 경계하라는 경고 시스템이 유전자에 프로그래밍된 것이다. 물론 자기 자신도 모르는, 무의식적으로 자동화된 현상이다. 그래서 실험 후 연구 내용을 설명해주면 당사자들도 믿지 않으려 한다. -p.38

위 실험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의아하고 의문이 많이 드는 실험 이였다. 정말 이정도까지 무의식이 관여한다고...? 혹 독자들 중 이 실험결과에 대해 동의하거나 반대하는 의견을 가진 분들은 댓글로 공유 바란다.

 

 

 

 놀랍게도 이 책은 국내 작가의 책이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서은국 교수님의 저서이다. 국내 작가 중에 행복을 이런 방식으로 다룰 수 있는 분은 많지 않다.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 세바시에 서은국 교수님이 행복에 관해 강연하신 영상을 참고 바란다.

www.youtube.com/watch?v=n3tafXhiMCw

<세바시 163회, 행복의저력, 서은국 교수>

 


[개인적 고찰]

 과연 행복이 정말 저자가 주장하는대로, 우리의 목적(생존과 번식)에 맞는 행동체계를 유도하기 위한 일종의 보상체계라고 정의한다면, 과연 AI(인공지능)는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너무 난해한가? 그렇다면 고통을 먼저 생각해보자. AI(인공지능)도 고통을 느낄 수 있을까?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물고기는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해왔다. 그 근거로 사람은 통증을 감지할 수 있는 통각수용기가 존재하고, 통증 정보를 전달해주는 신경섬유인 C섬유와 A'섬유가 있지만, 이 섬유가 물고기는 거의 없었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인식할 대뇌 신피질이 없었기에 통증을 느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고통의 정의는 지극히 '인간중심적'이었다. 물고기에게 고통을 가했을 때, 물고기의 뇌속에서 우리와 같은 신경물질이 나오지 않거나 우리와 같은 통각수용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물고기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할 수는 없다. 인간이 고통을 느낄 때 나오는 뇌 속의 화학물질 혹은 고통반응체계가 동일하게 동작해야만 고통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물고기도 분명히 고통을 주면(바늘로 찌르거나, 전기충격을 주면) 그 고통을 회피하려고 하고, 물고기 본인에게 해가 되는 행동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또 그러한 억제체계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만약 고통을 개체의 목적(ex: 생존과 번식)에 반대되는 행동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억제체계라고 정의한다면, 물고기는 물론 모든 생물은 고통체계를 가지고 있다.

 

 작금의 AI-인공지능-도 이러한 보상체계와 억제체계를 가지고 있다. 알파고가 수없이 많은 바둑 기보 데이터를 학습하고, 스스로 시뮬레이션하고, 바둑을 둬서 이기려고 하는 것은, 그렇게 행동할 때 알파고에게 보상이 내려지도록 설계된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것을 행복이라고 부르기엔 이것은 그저 전기적인 신호만 보내는 거 아닌가요?! 라고 묻고 싶지만, 원래 인간의 모든 감정도 뇌 속의 전기적 신호일뿐이다. 미래의 AI(인공지능)가 본인들도 행복과 고통을 느끼기에, 본인들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할 때 어떤 일들이 발생할지, 또 우리는 어떤 타협을 할 수 있을지 잠깐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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