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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로그

<책 추천 / 리뷰> 소셜 애니멀

by notom 2020. 9. 14.

 

 

 

위대한 학자가 엄청난 필력을 가졌을 때 무서운 일이 일어난다.

 

[notom 총평   ★★★]

정보의 유용성       :  ★★★

개인적인 영향력   :  ★★★

가독성과 재미       :  ★★★

이론의 독창성       :  ★★★

책 디자인               :  ★★★

 


이 책은 책이 전하고자 하는 정보 그 자체로도 대단히 학문적이며, 많은 깨달음을 준다. 그러나 데이비드 브룩스의 더 위대한 점은 이러한 엄청난 정보를 가상의 두 인물의 일대기를 그린 플롯을 통해 엄청난 흡입력과 공감대를 자극하며 뇌 속에 때려 박아준다. notom 본인은 평소에 소설은 잘 읽지 않는다. 워낙 공감능력이 부족한 탓에 소설을 읽어도 잘 공감이 되지 않고, 그다음 정보는 무엇인지 찾기 바쁘다. 하지만.. 이 책에서 두 저자가 서로 사랑하고 위기를 겪으며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들을 읽어나가며 내가 어떻게 이렇게 이 책 주인공들에게 공감되고 같이 울고 웃을 수 있었는지, 데이비드 브룩스가 어떤 마법을 부린 건지 아직도 그 해답은 찾지 못했다. 참고로 저자는 이러한 플롯을 루소의 [에밀]에게서 착안했다고 한다.

 

책은 제목에서 처럼 '소셜 애니멀' 사회적인 인간을 다룬다.

하지만,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 너무 방대하여 독자들마다 이 책에서 받는 느낌들, 이 책은 '이것'에 관한 책이야! 라고 답을 내려야 할 때, 독자들 마다 다른 답을 내릴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에게 물어본다면, 나는 이 책을 '무의식'에 관한 책 이라고 답할 것 같다.

 

 

'나는(혹은 인간은) 매우 이성적인 사람이며, 나의 이성적인 사고의 결과를 나는 믿어'라고 말하는 이성주의자들에게 크게 한방 먹이는 책이다. 무의식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들은 많지만, 이 책에서만큼 본질적으로 다가오게 해주는 책은 많지 않다. 

 

 

저자는 교육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

하루 온 종일 구내식당과 복도의 사회적 격렬함 속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학생들은 완전히 녹초가 될 것이다. 다행히 학교 당국이 휴식시간을 안배해준다. 수업을 듣는 동안에는 집단에서 쫓겨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온 힘을 다해야 하는 압박에서 해방될 수 있다. -p.121

저자에게 있어 학교는 사회성을 기르는 장소이다. 소셜 애니멀에게 있어 그런 과정은 필수적이다. 이들에게 수업시간 또한 필수적이다. 수업시간이 없다면 아이들은 소셜 환경에서 완전히 녹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테일러 선생은, 공통점을 찾아 볼 수 없는 전혀 다른 두 개의 영역이 머릿속에서 충돌할 때, 바로 그 지점에서 창의성이 나타난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었다. 또한 사람은 누구나 두 개의 직업, 세상을 바라보는 두 개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기도 했다. 이때 두 영역은 서로에게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믿었다. -p.135

나는 정말 이렇게 믿는다. 나는 하나의 직업으로 나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나는 그 직업이 나를 대표하지 않기를 원한다. 나에게 수입원으로서의 직업이 아직은 하나이지만, 내가 다른 직업을 꿈꾸는 것은 비단 수입원을 늘리기 위해서 뿐만이 아니다. 

 

 

 

크레이그 매캔드루와 로보트 애저튼은 공저<술버릇>에서 어떤 문화권에서는 술에 취한 사람이 싸움을 하는 경향이 있지만 어떤 문화권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또 어떤 문화권에서는 술에 취한 사람이 색정적으로 변하지만 어떤 문화권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p.228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사례였다. 우리는 흔히 주사라는 것이 가지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보다 폭력적이게 되고, 성적 자제력을 잃게 되는 등등.. <술버릇>이라는 책에서는 주사라는 것이 문화권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한다. 짧은 소개로는 내용이 잘 와 닿지가 않아 직접 <술버릇>을 읽어보려 했지만, 아쉽게도 국내에 번역본이 출판되지 않았다. 언젠가.. 원서를 읽어 보아야겠다. 혹은 원서를 읽어보신 분은 연락을 주시면 따로 사례하겠다.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782391

 

Drunken Comportment (Paperback)

책으로 만나는 새로운 세상

book.naver.com

 

 

 

정신과 의사인 브루스 웩슬러가 저서 <뇌와 문화>에서 주장하듯이, 사람은 세상에 딱 맞는 자신의 내적인 모델을 만들려고 노력하면서 인생의 절반을 보내고, 후반부는 세상이 자신의 내면 모델에 딱 맞도록 세상을 조정하면서 보낸다. -p.315

나는 물론 내가 내 자신의 내적인 모델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오류들을 마주하고 나의 내면 모델들을 부시고 새로 만드는 과정들을 거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런 과정들이 나는 좋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인생을 살아오신 분들을 볼 때 소위 꼰대스러움이 묻어나는 행동들을 보며, 저분들을 왜 저럴까 하며 한편으로는 나는 절대 그런 인간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 너무 당연히 믿었다. 

그렇지 않았다. 이 책에서 얘기하듯 그 분들도 인생의 절반은 본인들의 내면 모델을 만들고 수정하는 과정들을 거쳐 온 것이고, 이제 그 모델에 맞게 세상을 조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쩌면 나도 그렇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조금 더 오랫동안 나의 내면모델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인간이고 싶다. 가능한 오랫동안 끊임없이 그러하고 싶다. 

 

P.S. 영국 공영방송 BBC예서 word of the day라는 코너가 있다. 이 코너에 꼰대(KKONDAE)라는 단어가 소개된 적이 있다.(아래 사진 참조)
KKONDAE : An older person who believes they are always right(and you are always wrong)이라고 소개했다. 꼰대란, 본인이 항상 옳다고 믿는(그리고 너 말은 항상 틀려 라고 믿는)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고 한다. 이 기사를 보고, 갑자기 궁금해져서 '꼰대'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 찾아보았다. [꼰대 :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 이라고 등재되어 있다. BBC가 꼰대라는 단어를 더 잘 이해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주인공 헤럴드는 임종 직전의 본인에게 본인의 지나온 인생에 대해 다음 네가지 질문을 던진다. 

Q1. 나는 나 자신을 깊이 있는 존재로 만들었는가? 피상적으로만 살기 쉬운 즉각적인 의사소통 문화에서, 나의 가장 본질적인 재능을 개발하면서 중요한 일에 시간을 썼는가?

Q2. 나는 지식의 강물에 보탬이 되었는가? 미래 세대를 위해서 어떤 유산을 남겼는가?

Q3. 나는 이 세속적인 세상을 초월했는가?

Q4. 나는 사랑했는가?

헤럴드는 스스로의 질문에 깊게 사색한 후 본인 나름대로 답을 내린다. 그리고 임종을 맞이한다.

 

여러분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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