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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로그

<책 추천 / 리뷰> 아침의 피아노

by 북로거의 북로깅 notom 2020. 10. 5.

철학자 김진영이 남긴 사랑과 이별의  순간들

 

[notom 총평   ★★       ]

정보의 유용성       :  ★

개인적인 영향력   :  ★★

가독성과 재미       :  ★★★

이론의 독창성       :  ★★

책 디자인               :  ★★

 


 제주도에 머무는 동안, 한 북카페에 오래 들렀다. 그곳 2층 다락방 구석에서 '아침의 피아노'를 만났다.

 

 철학자 김진영은 암과 싸우면서 또는 암과 동행하면서 죽음을 목전에 둔 환자로서의 자신이 어떻게 남은 인생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지를 글로써 기록했다. 책은 시간 순서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가 임종을 앞둔 1년 전 시점부터 시작해 작가의 순간순간 생각들로 책은 이루어져 있다. 

 

 죽어가는데 철학이 무슨 쓸모가 있을까...

 병들어서 볼품없고 이제는 한 줌 재로 사라질 이깟 육신, 환자로써 나약해져만 가고 으스러져가는 자존감과 정신을 두고 그저 자기 위안만 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김진영은 철학이 어떻게 그의 시한부 인생에서 그를 견고하게 세우는지 그의 글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준다. 사실 철학자 김진영의 살아생전의 철학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아침의 피아노』를 관통하는 하나의 철학은 '사랑'이다. 사랑. 진부할 수도 있는 주제이다. 허나, 김진영은 그의 깊은 사색과 처절함을 통해 그 '사랑'을 들려주고 우리네 삶을 뒤돌아 보게 만든다. 

 

 삶이란 무엇인지, 죽음앞에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철학자 김진영의 사색을 통해 각자의 삶을 되돌아보고 앞을 준비해보자.

 

지금까지 내게 사랑의 본질은 감정의 영역에 국한되었던 건지 모른다. 내가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온화함, 다정함, 부드러움 등의 조용한 감정들....... 그러나 사랑은 한 단계 더 높아져서 정신이 되어야 한다. 정신으로서의 사랑. 사랑은 정신이고 그럴 때 정신은 행동한다. -p.27

확실히 '사랑'은 감정 이상의 그 어떤 무엇인 것 같다. 기쁨, 슬픔 등과 동위 선상에 있는 감정이 아닌 그 이상의 어떤 것이다. 저자는 일종의 정신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랑은 감정, 정신, 행동이 어우러진 그 어떤 무엇인가일 것이리라. 

 

 

 

TV를 본다.
모두들 모든 것들이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간다. -p.77

지금 살아있다는 것-그걸 자주 잊어버린다. -p.112 

 우리는 죽음과 동떨어져 살아간다. 죽음은 우리 주변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실제로 지금 지구에서는 매일 30만명은 죽는다. 하지만 죽음은 현대사회에 오면서 병원으로, 그리고 장례식장으로 밀려갔다. 이제 죽음은 우리와 분리되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잘 잊는다.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것을. 

 죽음을 목전에 둔, 죽음이 곧 현실인 철학자 김진영이 바라보는 세상 속 불멸 인간들은 어떠했을까.

 

아침 산책. 또 꽃들을 들여다본다. 꽃들이 시들 때를 근심한다면 이토록 철없이 만개할 수 있을까. -p.99

 허나 김진영은 묻는다. 인간이 죽을 때를 근심한다면 이토록 찬란한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을까. 끝을 걱정하는 존재는 순간을 꽃피울 수 있는가.

 

자꾸 사람들을 피하게 된다. 위안을 주려는 마음을 알면서도 외면하게 된다. 병을 앓는 일이 죄를 짓는 일처럼, 사람들 앞에 서면 어느새 마음이 을의 자세를 취하게 된다. 환자의 당당함을 지켜야 하건만.... -p.30

 환자로서 제일 힘든 일은, 사람들 앞에 당당해지는 것이다. 병이란 것은 환자 개인에게서 많은 것을 앗아간다. 그 개인의 지위, 부, 명예를 막론하고 개인의 자존감과 정신을 비롯한 많은 것을 탈취한다. 정신력으로 곤고히 버티고 있다 하더라도, 타인들의 시선은 그 마지막 힘마저 무너뜨린다. 

 환자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신중함과 조심함이 필요하다.

 

돌아보면 내가 누군가들 앞에서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비굴한 모습을 보인 적이 있었던가. 그런 적은 없었다. 그게 나다. -p.245

 나는 과연 죽음 앞에 이러한 말을 할 수 있을까? 저 한마디가 김진영의 인생을 대변해준다. 참 부럽다. 부끄럽다.

 

몸무게를 달아본다.
자꾸 마른다.
자꾸 가벼워진다.
나중에 나는 날아오르게 될까. -p.251

 암 치료를 받는 환자들을 보면, 눈에 띄게 살이 빠지는 게 보인다. 김진영은 힘든 치료 과정 중에 자신의 몸무게가 점점 빠지는 것을 지켜보며, 점점 가벼워져서 나중에는 날아오르는 상상을 한다. 그는 결국 날아올랐을까.

 

 김진영은 죽기 2일 전까지 글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남긴 글은 아래와 같았다. '내 마음은 편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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